*예전에 했던 것입니다.
*' 내밀어진 손을 쳐낸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가 제시된 첫문장입니다.






내밀어진 손을 쳐낸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혐오.
응, 그때 느낀 감정은 다름 아닌 혐오였다.

*

첫 만남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새 부터인가 같이 있었고, 그것을 당연시 하였다.
어머니끼리 친하셨고, 같은 동네에서 사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현재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로 진학했고, 같은 반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도 같은 반이었고.
그렇게 살아오니 이제는 내 일상에서 걔를 빼 놓을 수 없었고, 자각은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둘도 없는 친구. 정말 신뢰하고 자랑스럽고 동경하고 있는.
‘친구’ 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그 말을 듣기 전 까지는.

*

“좋아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상황을 의심했다. 이 현실을 의심했다.

“언제부터 인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꽤 오랫동안이라고 생각해.”

꿈도 이런 꿈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많이 피곤했나? 뭐야 이거.

“대답 안 해줘도 괜찮아. 그냥 말하고 싶었어. 좋아했어. 물론 지금도 좋아해.”

무슨 소리야. 왜 순정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상황인데 지금. 애초에 우리 이제 하교할 타이밍이잖아?
평소처럼 웃으며 근처 게임센터나 들릴 예정이었잖아? 장난 칠거면 제대로 치라고. 이제부터 박장대소하고 웃어넘기면 되냐? 아니, 그러고 싶어. 도중까지는 그럴 생각이었고. 장난이지? 그치?

“...야, 너 괜찮아?”
“손 대지마!”

걱정스러웠겠지. 아마 내 얼굴 엄청났겠지. 하지만, 그렇잖아? 이런 상황이라고? 장난이라기엔 네 얼굴 엄청 필사적이고. 애초에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 한 번도 없었잖아. 뭘 갑자기 좋다느니 어쩌느니 타령이야. 너 이상해.
왜, 갑자기. 갑자기 왜 이래.

“... 오늘은 따로 가자. 그리고, 당분간 좀 떨어져 있자.”
“잠...!”

도망쳤다.
솔직히 그렇잖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좋아한다고? 설마 이성적으로? 웃기지마. 남자끼리 소름돋게...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들은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지금까지 쌓아 온 우리의 우정을 전부 무너트리기엔 충분했다.
Posted by 텅장
,
*사와무라가 불치병 환자라는 설정






"미,유키"
"괜찮아"
"나,아파,너무,너무"
"괜찮아, 사와무라, 괜찮아"
"우욱,윽...미,미유"
"괜찮아, 울지말고. 괜찮아.괜찮아"

너스콜 했으니까,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안 죽어. 내가 있는데 네가 왜 죽어. 누가 너 죽게 놔둔대.

"우욱, 욱...!"
"사와무라, 참지말고"
"미,유키,우욱.."
"등 두드리지 말까?"
"아니, 좀,더,우욱..세게"
"위로 쓸어줄게. 너무 무리하지 말고, 간호사 금방 올거야"
"미안,해,미안"
"사과하지 말라고 했지.속 좀 나아지도록 올릴 만큼 올리기나 해"
"기껏, 우욱,욱, 먹,고싶다고,만,들어,왔,우욱..왔었는데.."
"응, 맛있다면서 엄청 개걸스럽게 쑤셔넣을 때부터 알아봤어.천천히 먹으라고 다섯번은 말했을텐데."
"미,미안,해"
"그만 울고, 그만 사과하고, 나중에 또 만들어주면 되지"
"우욱, 욱, 으우욱.."

미안해. 니가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울면서 위액까지 개어내다 못해 피까지 올리는데, 밤마다 편히 잠도 못 자고 너무 아프다고 나한테 매달리는 널,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나도 내가 싫다고, 그냥 죽고 싶다고 숨을 헐떡이는 널.
나는 못 놔줘.
너의 아픈 모습을 곁에서 계속 보는 나도, 미안하고 힘들고 괴롭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널 못 놔줘.

너 없이는 내가 못 살아.

이렇게 아프더라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 곁에서 살아줘.
미안해. 이렇게 못난 나라서, 정말 미안해.


Posted by 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