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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8 [BL]제시된 첫문장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자
*예전에 했던 것입니다.
*' 내밀어진 손을 쳐낸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가 제시된 첫문장입니다.






내밀어진 손을 쳐낸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혐오.
응, 그때 느낀 감정은 다름 아닌 혐오였다.

*

첫 만남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새 부터인가 같이 있었고, 그것을 당연시 하였다.
어머니끼리 친하셨고, 같은 동네에서 사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현재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로 진학했고, 같은 반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도 같은 반이었고.
그렇게 살아오니 이제는 내 일상에서 걔를 빼 놓을 수 없었고, 자각은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둘도 없는 친구. 정말 신뢰하고 자랑스럽고 동경하고 있는.
‘친구’ 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그 말을 듣기 전 까지는.

*

“좋아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상황을 의심했다. 이 현실을 의심했다.

“언제부터 인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꽤 오랫동안이라고 생각해.”

꿈도 이런 꿈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많이 피곤했나? 뭐야 이거.

“대답 안 해줘도 괜찮아. 그냥 말하고 싶었어. 좋아했어. 물론 지금도 좋아해.”

무슨 소리야. 왜 순정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상황인데 지금. 애초에 우리 이제 하교할 타이밍이잖아?
평소처럼 웃으며 근처 게임센터나 들릴 예정이었잖아? 장난 칠거면 제대로 치라고. 이제부터 박장대소하고 웃어넘기면 되냐? 아니, 그러고 싶어. 도중까지는 그럴 생각이었고. 장난이지? 그치?

“...야, 너 괜찮아?”
“손 대지마!”

걱정스러웠겠지. 아마 내 얼굴 엄청났겠지. 하지만, 그렇잖아? 이런 상황이라고? 장난이라기엔 네 얼굴 엄청 필사적이고. 애초에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 한 번도 없었잖아. 뭘 갑자기 좋다느니 어쩌느니 타령이야. 너 이상해.
왜, 갑자기. 갑자기 왜 이래.

“... 오늘은 따로 가자. 그리고, 당분간 좀 떨어져 있자.”
“잠...!”

도망쳤다.
솔직히 그렇잖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좋아한다고? 설마 이성적으로? 웃기지마. 남자끼리 소름돋게...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들은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지금까지 쌓아 온 우리의 우정을 전부 무너트리기엔 충분했다.
Posted by 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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