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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15 [미사와]나에게도 특별한 너의 생일날

515.

 

핸드폰 화면에 크게 박혀있는 오늘의 날짜.

부엌 정수기 위에 놓여있는 캘린더에도 눈에 띄게 표시되어 있는 오늘.

 

당사자가 빨간펜으로 동그란 꽃 모양 표시를 해놓은 캘린더를 보며 물을 마시던 그는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키고는 씨익 미소를 띄었다.

 

오늘은 생일이다.

사랑하는 에이준이 태어난 날이다.

 

 

*

 

 

"덥네..."

 

구장에 도착해서 경기복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서니 강렬한 햇빛이 벌써부터 내리쬐고 있었다. 아직 오전인데도 이 정도 열기라니 지금이 5월의 중순임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날씨였다. 정말 딱 5월에 태어난 티가 팍팍 나는 그 녀석이 떠오르는 그런 날씨였다.

 

배터리 투수의 투구를 체크하고 배트 몇 번 휘두르다 보니 땀은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고 다들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쉽게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경기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대부터였고 홈경기였다. 경기가 끝나면 그 이후의 시간은 온전히 에이준에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광대가 올라갔다. 오늘은 그 녀석의 생일이니까. 아쉽게도 한창 시즌일 때 생일이라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홈경기인 것이 어딘가. 경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건만 경기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 머릿속은 이미 그쪽으로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 녀석이라면 오늘 시합 무조건 볼 것 같으니까 멋진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그 녀석의 생일이니까 더욱이.

멋진 모습 보여줘야지. 하고 배트를 고쳐 잡는 미유키였다.

 

 

*

 

 

'아 맞췄다'

 

-!

 

"!! 뻗어갑니다!! 쭉쭉 뻗어갑니다!"

"담장--!!"

"넘어--갑니다--!!!"

 

수많은 함성소리에 휩싸여 그라운드를 유유히 뛰었다. 나밖에 들리지 않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미유키 선수가 가져가네요"

"설마설마했던 쓰리런포. 오늘 미유키 선수 혼자 야구하나요?"

"큰 거 한방으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자 수비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벤치로 돌아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았다. , 다행이다. 그 녀석 보고 있으려나.

 

*

 

경기 시작 전 마침 강의가 끝난 사와무라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아침 일찍 잡혀있던 강의 때문에 자신보다 먼저 집을 나갔기에 제대로 된 대화는 이 전화가 처음이었다.

 

'강의 끝났어?'

'방금 끝났슴다. 미유키는 이제 경기 시작하죠?'

'아직 시간 좀 있어. 밥은 챙겨 먹었고?'

'대충 학식으로 때웠어요. 미유키는 오늘 컨디션 어때요?'

'나쁘진 않아. 그럭저럭?'

'뭠까. 요새 잘 나간다고 너무 잘난 체하는 거 아님까?'

'푸흐, 응원이나 잘하고 있어. 그나저나 너 생일선물은 뭐가 좋아?'

'...'

'? 여보세요?'

'기억하고 있었어요?!'

 

우와, 몇 년을 듣는 목소리지만 언제 들어도 고막이 울리는 우렁찬 소리에 미유키는 반사적으로 본인의 귀에서 수화기를 멀리했다. 얼얼한 느낌이 줄어들 때쯤 다시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

 

'당연한 거 아냐? 내가 네 생일 안 챙길 리 없잖아'

'그치만 당신 전혀 티 안 냈잖아요!'

'보란 듯이 정수기 위 캘린더에 꽃 모양 그려놨더만... 그리고 항상 네가 먼저 뭐가 갖고 싶다느니 생일에는 이걸 하자느니 말해왔으니까 그렇지. 올해는 말해 오는 게 늦네 싶어서 계속 기다렸는데 결국 오늘까지 감감무소식이잖아.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으음...'

 

묵묵히 수화기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으니 선물을 결정한 듯한 사와무라가 또다시 우렁차게 대답해왔다.

 

'홈런이요!'

'?'

'오늘 날씨 덥잖아요 기분 찝찝하고 답답하다구요. 그러니까 경기 보러 와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할 겸 시원하게 큰 거 한방 날려주십쇼!'

'아니... 난 네가 원하는 선물을 말해보라 한 건데''

'저도 원함다! 미유키 카즈야의 시원한 한방! 제 생일선물로 하나 해주십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부담감을 안겨주네.

실없는 웃음과 일단 노력은 해볼게.라는 무책임한 대답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양 팀의 타선 모두 배트에 불붙어 점수가 엎치락뒤치락하던 오늘 경기는 8회 말 미유키의 쓰리런포를 시작으로 홈팀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기뻤지만 미유키는 에이준에게 생일선물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

 

시합이 끝나고 미유키는 팀 회식을 에둘러 거절하고는 혼자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에이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폰을 꺼낸 순간 입구 앞에서 혼자 서 있던 본인과 눈이 마주쳤다.

 

"사와무라? 너 경기 보러 왔었어?"

"당연한 거 아님까! 제 생일선물 받으러 왔죠!"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주먹을 내미는 그를 보며 미유키는 주먹을 맞부딪혀주며 화답했다.

 

"이야~ 큰 거 한방 날려달라 했더니 진짜 큰 거 날려주셨네요!"

"내가 언제 너 실망시킨 적 있던가?"

"이거 봐! 칭찬하면 금세 우쭐해지고!"

"핫핫핫"

 

 

습하지만 선선한 여름 바람이 두 사람을 감쌌다. 자연스럽게 같이 걸어가는 둘의 뒷모습이 퍽 잘 어울렸다. 신호등의 빨간 불이 초록색으로 바뀌기 전까지 둘은 같이 횡단보도 앞에 서서 담소를 나누었다.

 

"네 생일마다 들렀던 케이크 가게 들러서 케이크 사 갈까?"

"오 좋슴다! 그럼 전 미유키의 쓰리런포와, 미유키 팀의 승리와, 저의 생일을 축하할 겸 샴페인을 쏠게요!"

", 맥주가 아니네?"

"날이 날이니만큼! 이 사와무라 에이준 쓸 때는 쓰는 남자임다!"

"그래그래 케이크 사고 가는 길에 편의점도 들리자"

"편의점은 왜요?"

"비밀"

"! 미유키 지금 굉장히 수상한 웃음 지었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두컴컴해진 밤하늘과 미미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초여름의 어느 날.

네가 내 옆에 있는 것이, 같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내심 생각하게 되는 날.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그저 평범하게 흘러갔을, 아무렇지 않은 수많은 나날 중 하루였을 그런 날.

 

"아 사와무라, 제일 중요한 말 아직 안 하고 있었어."

"뭔데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너와 함께라서, 네가 있어 특별한 날.

 

"생일 축하해, 에이준."

 

너의 생일은.

 

"...깜빡이 좀 키고 들어오십쇼!!!"

"이름 불러주면 여전히 좋아해 주는구나~ 에.이.준♡"

"으아악!!! 소름 끼치니까 하트 빼십쇼!!"

 

515일은.

나에게 있어 그런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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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에준아 누나가 현생이 바빠서 열심히 못 써줬다 미안하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뜨밤이 빠질 리가 없는데 알다시피.. 오늘은 평일이잖니... 누나 뜨밤 쓰면 출근 못한다...

그래도 네 덕분에 백만년만에 티스토리에 글도 올려본다ㅠㅠ 에준이 행복해라..

생일 축하해 태양을 닮은 아이야 항상 널 축복해

Posted by 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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