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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5 [미유사와] 南柯一夢 ⑴

*제목의 한자는 '남가일몽'으로 읽습니다.

*패러렐 월드 미유사와 입니다.

*야구하지 않습니다. 미유키는 성인입니다.

*모브 여성이 나옵니다.

*이 소설은 선정적인 요소가 다분하니 취향존중이 불가하시다면 뒤로 가기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정 인물, 단체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왔어?”

 

평범한 주택가. (개인적으로 보자면 중산층 이하의)

평소 같으면 이 시간쯤에는 가게에 있거나 사무실에 있어야 하지만.

 

들어와. 신발 신고 들어와도 상관없고.”

지금까지 여기서 살았던 거야?”

 

완공된 지 좀 된 것 같은 낡은 아파트에, 박스들로 방의 반 정도는 채운 것 같은 허름한 원룸 형태의 내부.

 

“'지금까지. 여기서 살았지.”

 

이 집의 주인인,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에 예쁜 호박색의 눈을 가진 가련한 여성은, 외면과는 다르게 호탕하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일부러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이 시간이면 좀 바쁘지 않아?”

별로. 내가 바쁜 건 아니잖아.”

, 여전하네. 그 말투.  필래?”

, 나 그 담배 취향 아냐.”

 

집 안이라서 그런지, 현재 계절과는 다르게 헐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그런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남자로서 문제가 있는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그래서, 나는 왜 불렀어?”

 

꽤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인 듯, 그녀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 일 그만두려고.”

?”

 

의외였다.

그녀는 우리 가게에서 꽤나 상위권에 머무는 인기인이었고, 호탕한 성격 덕분에 동료들하고도 잘 지내는 것 같이 보였다. 그렇다면 가게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을 텐데. 잘못 걸려서 빚이라도 생긴 건가?

 

갑자기 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가게에서 잘 하고 있었잖아. 네 덕분에 가게 평판도 더 좋아졌고, 애들도 다 널 잘 따르고 좋아하잖아. 스폰서 해주겠다는 손님들도 줄을 서 있으면서무슨 바람이 분거야? 이러면 나도 갑자기 생긴 적자를 어떻게 메우라는 거지?”

애들도, 가게도, 나 없어도 잘 해나갈 수 있잖아? 천하의 미유키가, 자기 가게를 그렇게 허름하게 지어놨겠어? 적자는 신입들 좀 모아오면 금세 메울 수 있잖아. 내 주변에서도 미유키네 깨끗하고 일 하기 좋다고 소문났는데, 공지만 올려놓으면 금세 몰려들걸.”

, 오랫동안 우리 가게에서 잘 해줬으니 붙잡을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궁금해서라도 이유는 듣고 싶은걸. 그리고 날 부른 이유도.”

당연하지, 걱정 하지마. 다 말해줄게.”

 

그녀는 재떨이에 아무렇게나 담배를 비비더니 불을 껐다.

무심코 담배를 끄는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시야에 들어온 반지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어라? 저런 반지 언제부터 끼고 있었던 거지? 새로 생긴 스폰서인가?

 

- 역시 미유키. 벌써 눈치챈 거야?”

 

내 눈길을 알아차린 건지 그녀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보란 듯이 내 쪽으로 손등을 보여주었다.

왼손 약지에 자랑스럽게 끼워져 있는 번쩍번쩍한 반지.

전체적으로 심플해 보이지만 가운데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에서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꽤 괜찮은데? 어림잡아서 1캐럿 정도는 되겠어.

 

어디서 받은 거야? 웬만해서 다이아는 잘 안 줄 텐데.”

 

단순한 장난감으로 취급 당하지는 않나 보네.

 

나 결혼해.”

 

...하?

지금, 뭐라고?

만약 지금 내가 담배를 물고 있었다면 떨어트릴 뻔했다.

 

“1년 전부터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청혼 받았어. 완전 쩔지?! 나도 다이아 받고 한동안 멍 때렸다니까. 이 집 정리하는 것도 그 이유야. 그 사람이 같이 살자고 했어. 나보고 이제 일도 하지 마래. 같이 살 집도 정하고 내가 일도 그만두면 정식으로 결혼식 올리고 혼인신고도 하기로 했어. 미유키! 나 이제 신분세탁 제대로 한다!”

 

아이처럼 방방 뛰며 좋아하는 그녀와는 달리, 나는 조금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 했다.

그래서 집에 이렇게 박스가 많았던 건가. 정확히는 박스만 많았지만.

보통 장난감이나 애인으로서 뭔가를 해 주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결혼이라는 소리는 이런 업계에서는 참 듣기 어려운 소리다. 높은 곳에서 내려보기만 하던 사람과 그녀가 과연 서로를 이해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나도 꽤나 차가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이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덕분에 정이라도 붙은 걸까. 내가 저 업계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부터 내 옆에 같이 있어주었던 그녀였다. 울고, 웃고, 고생도 많이 한 그녀였다.

 

가게에는 내가 잘 둘러 말해 놓을게. 걱정 말고 얼른 짐 싸.”

미유키! 감동이야!”

너 지금까지 살아온 거. 가장 가까이에서 봐온 게 나야. 이젠 좀 행복해져라. 이쪽, 다시는 오지 말고.”

“..뭐야. 처음이야, 그런 모습.”

 

그러게. 내가 이런 소리 한 건 아마 네가 처음일 거다.

 

그럼, 나 슬슬 가게 돌아가야 할 것 같으니까.”

, 미유키. 나 부탁 하나 더 있어.”

?”

 

대문을 향하던 발길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 그녀를 보았다.

아까까지의 훈훈한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꽤나 무거운 표정의 그녀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짜증 내는 건가.

 

나와.”

 

그녀의 부름에, 화장실 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에 따라, 내 표정도 서서히 굳어 간다.

지금까지,

화장실 안에 있던 건,

 

뭐야?”

 

아이?

아니, 아이라기에는 크고, 어림잡아 10대 중후반 정도?

 

누구야, 쟤는?”

 

평범한 저 세대의 애들치고는 다르게 꽤 말랐고, 그렇게 괜찮은 옷을 입은 것도 아니었. 여기저기 멍든 자국과 흉터도 미세하게 보이고, 그리고 아이라고 하기에는 눈이 죽었잖아. 표정도 없고.

무엇보다,

갈색 머리에, 호박색 눈은.

설마,

 

내 동생이야.”

 

그게,

 

지금까지 숨겨서 미안해. 사실... 결혼하고, 이것저것 하려니까, 얘가 걸림돌이어서 말이야. 혹시 괜찮으면...네가 처리해주지 않을래?

 "...하?"


그게.

나와 저 녀석의 첫 만남이었다.

Posted by 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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