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치선배 살려주십쇼!"
"사와무라 내가 무슨 괴물이야? 그러지 말고 내가 놀아준다니까?"
"미유키는 '놀아준다'의 기준이 나랑 전혀 다르니까 그렇지!!!"
"또,또 '선배'빼먹었다.쿠라모치한테는 꼬박꼬박 존댓말까지 써주면서 나한테는 왜 그래? 뭐지 이 차별은? 기분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확 공 받아주는 것도 그만 둬버릴까?"
"이익...! 치사하다 미유키 카즈야!"

그러니까,
기분나쁘게 웃으며 능글능글 괴롭히는 녀석이나,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에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서 이 밤중에 시끄럽게 하나하나 다 반응하는 녀석이나,
다 꼴보기 싫고 짜증난다고.

"자자, 너랑 전혀 놀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쿠라모치는 놔두고 나랑 같이 내 방에서 오순도순 얘기나 나눌까? 사와무라"
"얘기는 무슨 얘기! 저리가 이 변태안경!! 으아아 못치선배!!!"

아,
진짜,
니네 전부 다

"나가!!!!"

*

애초에 말이야.
배터리끼리의 사랑싸움이던 뭐던 밖에 나가서 하라고.실컷 소리를 지르던 뛰어다니던 나가서 하라고. 방에서, 실내에서, 그것도 밤에 목소리도 어지간히 커야지. 같은 방 쓰는 나는 얼마나 고문인지 알아?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 상관없는 나를 왜 끌어들이고 난리야.

"못치 선배 얼른 저 변태안경 좀 내쫓아 주십쇼!"
"입 좀 다물고 있어.그리고 떨어져"

사내자식이 나이만 먹었지 진짜 하는 꼬라지하고는. 네 그 건장한 체격으로 나한테 매달려봤자 토 나오거든.

"사와무라, 쿠라모치 그만 괴롭히고 나한테 와. 쿠라모치는 지금 얼마나 피곤하겠어? 얼굴 좀 봐. 한 5년은 늙어보인다"
"뭐 이 자식아?"

처음엔 내 마음을 좀 알아준다 싶었더니 역시 네가 그러면 그렇지. 사와무라는 하는 짓이 애 같다는 것 뿐이라 참을 만한데 저 녀석은 입만 열면 사람 속 뒤집히게 만든다니까.

"난 분명히 못치선배한테 놀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대체 어디서 듣고 들어온겁니까!"
"아니 뭐, 목욕 끝나고 내 방 가던 중 들렸달까? 너 목소리 크니까"
"필요없어! 변태안경이랑 있으면 정말 정조의 위기를 느낀다고!"
"오, 사와무라. 언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대?"

그러니까, 입을 다물던가 나가던가 하라 했잖아. 너희는 금붕어냐? 앙? 왜 남이 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다시 시끄럽게 떠들고 있냐고.

"못치선배 말대로 얼른 나가십쇼! 미유키랑 있을 바엔 안 놀고 그냥 자는 게 낫겠슴다!"
"꽤나 서운한걸. 언제부터 그렇게 쿠라모치한테 들러붙었어? 질투나네~"

특유의 그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본다. 물론 눈은 웃고 있지 않았고 말투는 베베 꼬인게 평소보다 더 기분 나쁘게 들렸고.
'사와무라는 내건데'같은 눈하고 말이야.
기가 막힌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얘기 끝났으면 너도 슬슬 네 방으로 돌아가지?"
"어?"
"여긴 '우리'방이거든"

보란 듯이 사와무라의 어깨를 잡아 제 쪽으로 당긴다. 그 순간 미세하게 일그러진 녀석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비웃어주듯 웃으며 속으로는 그 얄미운 면상에 대고 경고하듯 으르렁거렸다.
아까까지는 둘 다 꼴보기 싫었는데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얘기가 달라지지.

언제부터 사와무라가 네 거였는데?
Posted by 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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